이상행동의 원인에 관한 과학적 연구 (2)
집단 간 비교연구를 통해서 이상행동과 관련된 요인을 탐색할 수도 있다. 예컨대, 우울증과 부정적 사고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우울증 환자집단, 불안장애 환자 집단, 정상인 집단 각각 30명을 대상으로 부정적 사고의 빈도를 조사하여 비교해 볼 수 있다. 세 집단을 비교한 결과, 우울증 집단이 다른 두 집단보다 현저하게 부정적 사고가 우울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집단 간 비교연구를 위해서는 비교집단이 포함되어야 한다. 즉, 부정적 사고가 우울증 집단에서만 높게 나타나는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상인 집단뿐만 아니라 심리적 장애를 지니고 있는 다른 환자집단, 즉 불안장애 집단과 비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 간 비교연구의 결과는 우울증상과 부정적 사고의 인과관계를 명백히 말해 주지 앉는다. 부정적 사고가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는 것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좀 더 치밀하게 설계된 실험적 연구나 종단적 연구가 필요하다.
이상행동의 원인은 이상행동에 시간적으로 선행하여 존재하면서 이상행동의 증가나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상행동의 원인은 다양한 측면에서 구분될 수 있다. 예컨대, 이상행동에 즉시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접적 원인과 장기적인 시간적 간격을 두고 영향을 미치는 원접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이상행동을 항상 유발하는 충분조건적 원인과 이상행동을 유발하는 여러 요인 중의 하나인 필요조건적 원인으로 구분될 수도 있다. 연구자가 규명하려는 원인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연구법이 사용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상행동의 원인을 규명하는 가장 좋은 연구방법은 실험연구이다.
실험연구에서는 연구자가 원인적 요인을 의도적으로 변화시켰을 때 그 영향으로 인해 결과적 요인이 예상한 대로 변화하는 것을 확인한다면 두 벼인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패경험이 우울감을 유발시킨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실험을 할 수 있다. 첫 단계에서는 실험에 참여한 피험자의 우울 정도를 측정한다. 둘째 단계에서는 실험자는 피험자에게 의도적으로 실패경험을 유도한다. 즉, 실험자는 피험자에게 중요한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검사라고 설명하면서 정답이 모호한 과제를 풀게 한 후에 대부분의 문제에서 실패했다는 피드백을 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과제에 실패했다는 피드백을 듣고 난 피험자의 우울 정도를 측정한다. 그 결과, 피험자의 우울 정도가 첫 단계에서 측정된 것보다 현저하게 높아졌다면, 과제에 대한 실패경험으로 인해 우울 정도가 증대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실패경험이 우울감을 증가시킨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해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피험자의 우울 정도가 증가한 이유는 실패경험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과제를 풀면서 받은 스트레스나 하기 싫은 과제를 강제로 해야 하는 상황 등에 기인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실험연구에서는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통제조건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다른 피험자 집단에게는 실험집단과 똑같은 과제를 풀게 한 후에 평균적인 성적을 얻었다는 피드백을 준다. 이러한 피드백을 주는 조건을 통제조건이라고 부르는 반면, 실패했다는 피드백을 주는 조건은 실험조건이라고 부른다. 만약 통제조건의 피드백을 받은 피험자들은 과제수행 전후에 우울감의 차이가 없는 반면, 실험조건의 피드백을 받은 피험자들의 우울감이 증가했다면, 이러한 결과는 실패경험이 우울감을 증가시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로 통제조건과 실험조건의 피험자는 나이, 남녀비율, 실험 전의 우울 정도 등에 있어서 동일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즉, 실험연구에서는 실험자가 조작한 변인 외에 다른 변인이 실험의 결과에 개입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실험결과의 명쾌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이상행동의 원인 중에는 실험자가 조작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또한 피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피험자에게 심리적 상처가 될 수 있는 과격한 실험적 조작은 피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종단적인 연구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종단적 연구는 두 시점 이상에서 시간차를 두고 자료를 수집하여 인과관계를 밝히는 방법이다. 예컨대, 실직경험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종단적 연구가 계획될 수 있다. 한 시점에서 A라는 기업체의 직원을 대상으로 우울 정도를 측정하고 정리해고가 이루어지고 난 일 년 후에 다시 우울 정도를 측정한다. 그 결과 실직하지 않은 직원들의 우울 정도는 그다지 변화하지 않은 반면, 실직한 직원들은 현저하게 우울 정도가 증가했다면 이는 실직경험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적 요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종단적 연구는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이상행동의 원인을 연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상행동의 치료와 예방방법에 대한 과학적 검증
이상심리학에서는 이상행동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이러한 치료 및 예방 방법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이루어진다. 심리치료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여러 가지 연구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심리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치료 전후의 이상행동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우울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20명의 우울증 환자에게 12주의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한 후 치료를 받기 전에 측정된 우울점수와 치료 후에 측정된 우울점수를 비교할 수 있다. 우울점수가 인지행동치료를 받기 전에 비해서 치료를 받은 후에 현저하게 감소한다면, 인지행동치료가 우울증을 경감시키는 치료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 과연 우울점수의 감소가 인지행동치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시간경과에 따른 자연적 회복 현상이나 치료자와의 정기적 만남 자체에 의한 것인지를 변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한 심리치료방법의 효과를 정교하게 검증하는 연구에서는 통제집단을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치료를 받지 않은 채 12주 동안 대기상태에 있는 우울증 환자집단 또는 12주 동안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치료자와의 정기적 만남만을 갖는 우울증 환자집단을 통제집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환자집단은 우울점수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대기집단이나 정기적 만남만을 가진 통제집단에서는 우울점수에 변화가 없었다면 우울증상의 감소는 인지행동치료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현대이상심리학,권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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