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장애는 의식, 기억, 행동 및 자기정체감의 통합적 기능에 갑작스러운 이상을 나타내는 장애이다. 해리란 자기 자신, 시간, 주위 환경에 대한 연속적인 의식이 단절되는 현상을 말한다. 해리 현상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경험에서부터 심한 부적응상태를 유발하는 병리적 해리장애까지 광범위한 연속적인 심리적 현상이다. 해리는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 경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으며 진화론적으로 적응적 가치가 있는 기능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리 현상이 지나치거나 부적응적인 양상으로 나타날 경우를 해리장애라고 한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한 사람 안에 둘 이상의 각기 다른 정체감을 지닌 인격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에는 다중성격장애라고 불리기도 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의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두 개 이상의 다른 성격 상태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정체감의 분열을 보이며 일부 문화에서는 빙의 경험으로 기술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체감의 분열은 자기감 및 자기주체감의 또렷한 비연속성을 포함하며 정서, 행동, 의식, 기억, 지각, 인지와 감각 운동기능의 변화를 수반한다. 이러한 징후와 증상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관찰되거나 본인에 의해 보고될 수 있다.
둘째, 일상적인 사건, 중요한 개인정보, 외상적 사건을 기억함에 있어 공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기억의 실패는 일상적인 망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서 현저한 고통을 겪거나 사회적, 직업적, 중요한 기능에서 손상이 초래되어야 한다.
넷째, 이러한 장해는 널리 수용되는 문화적 또는 종교적 관습의 정상적인 일부가 아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장애는 물질(예: 알코올 중동 기간의 망각)이나 신체적 질병(예: 간질 발작)의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한 사람 안에 서로 다른 정체성과 성격을 지닌 여러 사람이 존재하면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사람이 의식에 나타나서 말과 행동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나타낸다. 각각의 인경은 각기 다른 이름, 과거 경험, 자아상과 정체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대개의 경우, 개인의 원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는 일차적 인격은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 우울하거나 죄책감을 지니고 있다. 교체되는 인격들은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고 일차적 인격과는 대조적인 성격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의 연령, 사용하는 어휘나 상식, 주된 정서, 심지어 목소리에서도 서로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교체되는 인격들은 번갈아 지배권을 갖게 되는데, 한 인격이 다른 인격의 의견을 부정하기도 하고 서로 비판적이기도 하고 공공연하게 갈등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기억에 있어서 빈번한 공백을 경험한다. 즉, 한 인격이 의식에 나타나 경험한 것을 다른 인격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식에 나타나는 인격의 변화는 보통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에 의해 일어난다. 하나의 인격에서 다른 인격으로 바뀌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개 몇 초 범위이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인격의 수는 2~100개 이상 보고되고 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압도적인 경험, 외상적 사건, 아동기의 학대 경험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 장애는 초기 아동기에서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어떤 연령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만성적이고 재발하는 경향이 높으며 변화가 많은 경과를 나타낸다. 첫 증상이 나타난 이후 진단에 이르기까지 평균 기간은 6~7년이다. 이 장애는 40대 후반 이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심한 스트레스 상황이나 물질 남용 시에 다시 나타날 수 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아동기의 외상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이 많다. 이 장애의 환자들은 아동기에 신체적,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경우가 매우 많다. Putnam 등이 100명의 사례에 대한 분석을 한 결과에 따르면, 86%가 성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75%가 반복되는 신체적 학대를 보고했으며 45%는 아동기에 폭력에 의한 죽음을 목격했다. 단지 3%만이 의미 있는 아동기 외상의 과거력이 없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의 주된 치료목적은 여러 인격 간의 통합을 통한 적응기능의 향상이다. 여러 인격의 통합은 가장 중심적이고 적응적인 인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중심적 인격으로 하여금 다른 인격에 대한 이해와 통제의 폭을 넓혀 가도록 유도하게 된다. 한 중심적 인격으로서의 통합이 어려울 경우에는, 여러 인격의 적응적 기능을 향상하고 이들 간의 조화로운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Kluft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의 심리치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세 가지 지침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환자와 치료자 간의 견고한 치료적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환자의 주된 인격뿐 아니라 다른 인격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각 인격을 해치지 않을 것이니 치료를 기피하거나 도망쳐 버리지 않을 것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격 간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치료자는 중립적이어야 하며 어떤 인격만을 편애해서는 안된다. 둘째, 과거의 외상 경험을 드러내고 정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즉, 각 인격이 지니고 있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그 인격이 견딜 수 있는 방법으로 드러내고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격들 간의 원활한 협동을 이루도록 유도한다. 인격들이 치료자와 안전한 관계를 체험하고 외상적 경험을 정화하게 되면 하나로 합쳐져 통합을 시도한다. 대부분의 해리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아동기나 사춘기에 대한 장기간의 기억상실 때문에 통합된 자기의식을 갖지 못해 고통스러워한다. 효과적인 심리치료는 그동안 상실된 것을 회복시켜 주며 환자로 하여금 조각난 것을 모아서 새롭게 형성된 자기를 위해 기초가 되는 연대기적 이야기나 자서전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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