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법
임상적 심리평가를 위해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면접법이다. 임상적 면접법은 언어적인 대화나 의사소통을 통해 환자의 심리적 특징과 정신병리를 탐색하는 방법이다. 면접에서 환자는 자신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심리적 문제나 고통을 직접 설명하고 면접자는 평가에 필요한 사항을 직접 질문하여 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게 된다. 이러한 면접법은 환자에 관한 정보를 가장 풍부하게 수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환자가 자신의 정신병리를 공개하려 하지 않거나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환자를 잘 알고 있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와의 면접을 통해서 환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면접법은 질문의 내용과 순서, 그리고 반응의 평가 방법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구조화된 면접과 그렇지 못한 비구조화된 면접으로 나누어진다.
구조화된 임상적 면접은 면접자의 주관성을 배제하기 위해서 질문의 구체적인 내용과 순서를 비롯하여 응답에 대한 채점방식 등이 정해져 있는 면접 방법이다. 구조화된 면접은 환자가 경험하는 심리적 증상과 그 심한 정도에 대해서 객관적인 평가와 진단이 필요한 경우에 흔히 사용된다. 임상적 진단을 위한 구조화된 면접 도구로는 DIS, RDC, SCID, CIDI 등이 있으며 증상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BPRS, CPRS, PANSS, HRS-D, HRS-A 등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면접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두 명 이상의 면접자가 동일 한 평가를 하는 정도를 반영하는 면접자 간의 일치도에 의해서 그 객관성을 평가하게 된다.
비구조화된 임상적 면접에서는 환자에 대해 자유로운 방법으로 질문하여 정보를 수집한다. 임상적 면접에서는 환자의 성명, 연령, 성별, 결혼상태, 직업, 종교 등의 인적 사항을 비롯하여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정보를 탐색하게 된다. 첫째는 환자가 나타내고 있는 주된 문제나 호소내용이다. 현재 어떤 적응적 곤란과 고통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지를 묻게 된다. 둘째는 호소 문제의 발달과정을 탐색한다. 심리적 문제나 증상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나타나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묻는다. 또는 과거에 이와 유사한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세 번째로는 환자의 개인적 발달사를 탐색한다. 즉 환자의 출생 시부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 등 현재까지 살아온 과정을 상세하게 탐색한다. 특히 인생의 주요한 발달기점에서의 적응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본다. 예컨대, 유아기의 이유 과정, 배변 훈련, 언어발달,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 입학, 사춘기, 결혼, 첫 직장의 적응 등과 같이 삶의 중요한 고비에서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는 환자의 가족관계를 살펴본다. 현재같이 살고 있는 가족의 구조, 구성원의 특징, 가정의 분위기, 환자와 가족 구성원의 관계 등을 살펴본다. 이 밖에도 환자가 현재 처해 있는 직업적 상황, 재정적 상태, 성생활, 성격 특징, 대인관계 등을 비롯하여 내담자의 이해를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비구조화된 면접에서는 면접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정보를 탐색하게 되며 환자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
임상적 장면에서는 면접을 통해서 환자의 심리적 상태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정신상태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상태 검사는 환자의 행동과 심리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면접 방법이다. 이 검사에서는 면접을 시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 주목하여 환자의 행동을 평가하게 된다. 첫째, 외모와 외현적 행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얼굴표정, 머리모양, 옷차림새, ,자세, 동작 등을 평가하게 되는데, 흔히 이상 행동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헝클어진 머리, 지저분하거나 도는 지나치게 화려한 옷차림, 얼굴 근육의 떨림, 다리를 더는 행동, 긴장된 자세 등 특징적인 행동을 나타내게 된다. 예컨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침울한 얼굴표정에 지나치게 느린 행동을 나타낼 경우에는 우울증의 진단적 단서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사고 과정과 언어 행동에 대한 평가를 한다.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나타내는 언어 행동을 통해 사고의 비논리성, 비현실성, 모호함, 혼란스러움, 연상의 이완, 사고의 비약, 말의 속도, 말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음, 망상적 내용 등을 관찰하게 된다. 비현실적인 내용을 혼란스럽거나 지리멸렬한 논리로 이야기한다면 이는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병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셋째는 환자의 기분과 정서 반응으로서 우울함, 불안함, 고양되거나 들떠 있음, 기분의 변화가 심함, 감정표현이 억제되거나 제한되어 있음, 부적절한 감정 등을 평가하게 된다. 넷째는 지적 기능으로서 현재 환자가 나타내는 지적 능력을 평가하게 된다. 간단한 어휘검사, 속담 검사, 산수 검사 등을 통해 개인의 지적 능력과 기능 수준을 대략 평가하게 된다. 다섯째는 현실감각에 관한 것으로서 개인이 처해 있는 주변 환경에 대해서 기본적 인식이 올바른지를 평가한다. 예컨대, 오늘이 며칠이며 지금이 몇 시이고 현재 어디에 있으며 자신과 상대방은 누구인지에 관해서 물어보게 된다. 뇌 손상이나 혼란된 정신 분열증 환자의 경우에는 이러한 현실감각에 손상을 나타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면접자에 대한 특징적 태도를 평가하게 된다. 환자는 면접 과정에서 면접자에 대해서 협조적, 순응적, 적극적, 수동적, 공격적, 적대적, 의존적, 유혹적, 경계적, 무관심한 태도 등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환자의 특성을 평가하고 진단을 내리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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